일인용의 여름밤. : 혼자 꼽아보는 즐거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흥하는 한국식 홈카페 사진과 비슷하게 찍어보려 했는데, 물건이 많다 보니 그저 괌 특산물 홍보 디스플레이가 된 느낌이다. 카페스타그램의 중요 포인트는 늦은 밤의 인공 조명이 아닌 자연의 빛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주변의 혼술족을 생각하며 처음으로 캐리어에 병맥주를 담았다. 1차로 에어캡을 감고 2차로 부드러운 티셔츠를 꼼꼼하게 둘러 하나 하나 화물용 캐리어를 채워갔다. 검색대 화면에 들어찰 맥주병이라니, 마음껏 비웃어도 좋으나 부디 넓은 아량으로 패스만 해주길 바랐다. 나는 절대 업자가 아니라고 속으로 기원했다. 아무 일 없이 한국에 들어와 다행이었다. 새벽의 추위에 놀라며 장기주차장(장기는 아니었지만 저렴하기에)까지 가서 차를 빼고 집으로 돌아와 허겁지겁 보일러를 켰다. 세탁물을 끌어모아 세탁실에 던져 넣은 뒤 캐리어 앞에 앉았다. 혼자서 여름을 즐기고 왔다는, 일종의 배신감(ㅎㅎ)을 달래주기 위한 전리품을 하나씩 건져 올려 포장하기 시작했다. 섬에서 유명한 주전부리는 안주로 삼으라며 끼우고, 괌 다녀온 티 물씬 나는 오프너와 코스터도 넣고, 꽃 달린 집게로 꾸러미를 묶었다.

일인용 특제 여름밤이야, 하고 건네주었다. 혼자 실실 웃으면서 묶을 때 생각한 말이었다. 엣헴 으쓱으쓱하는 시간이었지만 혹독한 겨울을 나는 한국 사람의 동지애란, 얼마 동안 묵은 여름섬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다분했다. 손발이 유독 시리고 서러운 날에 이불 둘러쓰고 여름 밤놀이하라고. 그리고 나 역시 새 오프너로 맥주를 따고 여름의 잔상을 즐겼다.






덧글

  • AAYN! 2018/01/06 23:16 # 삭제 답글

    일인용 특제 여름밤, 이라니 이보다 적절하고 재치있는 포장이 없네요.
  • 레몬밤 2018/01/07 13:40 #

    ㅋㅋ그런가요 성공적인 사냥을 갔다 돌아온 뿌듯한 자세로 부여잡은 채 건네주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