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 텀블러 하나와 생각들.



요즘 나를 살리는, 둥굴레차 티백을 담그고 얼음을 마음껏 채운 시원한 물 한 잔. 늦은 저녁 책상 위의 스탠드만 켜 놓고 한정된 빛 속에 잠겨서, 재즈 라디오를 들으며 한 모금씩 마시고 앉아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 휴일이 듬성듬성 있던 지난날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아침형 인간과 살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나를 제외한 식구들 모두 열 시나 되어야 일어난다는 사실에 새삼 서러웠다. 일단 '혼자 먹다니 배신이다.'가 마치 가훈처럼 자리잡은 집이다 보니 식사 시간이 매우 밀려난다고. / 오늘 작은 다육이 모종?을 네 개나 얻었는데 정말 종이컵에 하나씩 대충 심어진 거라... 때문에 잡초가 무성하니 방치되었던 넓은 화분 하나 털리게 생겼구먼. 들어오고 나가는 순환의 세계. / 예전 트위터 계정이었을 땐 조국 교수님과 트친이었는데 그 계기가 프랑스의 'le pacs' 이야기를 나누면서였다. 지금은 어떻게 운용하시는지 잘 보지도 않지만 이쪽으로 그다지 전진하신 느낌은 들지 않는군요. 사람의 자리란 신기하단 말이지. / "저런~."이란 말이 입에 붙었다. 꺼림직하거나, 안타깝거나, 당황하거나 등등에 쓰이는 짧고 간결한 반응. 즐겁게 어처구니 없는 일에도 장난기를 담아 가끔 쓰기는 한다만... 어쨌든 네거티브한 일들에 에너지를 쏟는 정도가 점점 줄어들고, 저런~을 불쑥 내뱉고 눈썹을 살짝 들어올려 반응을 끝맺는 나를 보면서 표현이 많이 게을러졌구나, 그만큼 지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른이 될수록 조용해진다는 건 이런 뜻이었던 걸까. / 애니메이션도 포함이 된다면, <모아나> 이후로 영화를 보지 못했다. 아니 원래 잘 보지도 않는데 이렇게 쓰자니 조금 민망하기도 하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오랜만에 솔깃한 영화가 등장했다는 거다. <악녀>, 꼭 보고 싶습니다. 늘 스펙트럼이 단순한 여성의 직업군과 심리 묘사에 불만이 있었지만 스스로도 그 이상의 캐릭터를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는 점에 충격을 받아서, 정말 나란 여자 한국 여자답구나 하고 자조했었다. 한국 여성이란 존재를 어떻게 얼마나 사고해야 좀 입체적이고 새로운 존재로 살릴 수 있을까 혼자 심심할 때마다 생각도 많이 하는데, 그런 면에서 여성 느와르란 참신하지는 않아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되겠구나 싶다. / 에이 그냥 김서형과 김옥빈을 보고 싶은 거면서.(야광봉) / 1 모닝커피에 1 초콜릿. 매일 눈 뜨자마자 영양제 챙겨 먹듯이 먹고 마시는 메뉴인데 요즘은 미니 트윅스를 먹는다. 별 생각 없이 뜯어 먹다가 오늘에서야 비닐에 인쇄된 원산지 표시를 발견했지. '아마도 네덜란드와 나와의 유일한 접점이 아닐까'.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군요. 트윅스 좀 달리 보인다? 오늘 무려 코나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식당을 발견했는데, 커피 말고는 그저 그랬다는 것이 문제였다. / "언제 행복하세요?"라는 말. 어떻게 보면 철학적이고, 또 심각하게 다정하거나 심각하게 오지랖인 면이 있어 남에게는 그다지 자연스럽게 써본 적이 없는 말인데, 스스로에게는 뭉게뭉게, 뚜렷한 문장이지는 않아도 은근슬쩍 종종 자문하는 말이라서, 오늘 문득 물었더니 베개 커버를 바꿀 때 행복해요,라고 대답하고 앉았다. 오늘의 나란 세탁해서 뽀송뽀송 말려둔 베개 커버를 씌우고 행복을 느끼고 있던 거다. ㅎㅂㅎ 좋니. / 내일 아침엔 또 쌉싸름한 모닝커피와 트윅스 쪼가리를 머금으면서 행복하다 하겠지. 새벽의 푸른빛도 잔뜩 감상하고.   









photo source: http://butteryplanet.tumblr.com/post/160536592954

덧글

  • AAYN! 2017/05/12 00:52 # 삭제 답글

    베개 커버 바꿀때 행복하다는거 정말 공감돼요. 새로운 뽀송뽀송 베개커버 사고싶어요....!
  • 레몬밤 2017/05/14 21:19 #

    슬슬 침구도 바꿀까 했는데 저녁엔 또 추워서 아직 겨울 침구 그대로 갖고 있어요. 게으름 때문은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ㅂ=
    베개커버라도 종종 바꿔 끼우면서 행복을 누려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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