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BAGLE. : 혼자 꼽아보는 즐거움.


누구에게나 특별한 음식이 있고 어떤 것들은 그때의 상황 때문에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everything bagle이 그랬다. 몸도 마음도 피곤에 절어 너덜너덜한 채로 폭우 속의 뉴욕을 떠나기 전, 그래도 아침은 먹고 가야지 싶어서 들른 베이글가게에서 인생 베이글을 맛보고 위로를 받았다.
발이 부어 가져간 신발은 신지도 못하고 초여름 쌀쌀한 아침을 급하게 구입한 플립플랍으로, 양산으로 쓰려던 우산으로 헤쳐나갔다. 짐은 무겁고 옷끝은 축축하고 신발은 물길에 미끄러져 맨발이 혼자 앞서나가기도 했다. 아, 그냥 눈을 감았다 떴을 때 하와이로 돌아가 있었으면 좋겠다 바라는데, 아직 출근 시간이 아니라서 한산했던 ESS-A-BAGLE이 보였다.


얼마나 유명한 집인지 무엇이 맛있는지,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가서 그저 직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빵과 크림치즈를 골랐다. 추천대로 everything bagle을 선택했더니 직원은 작은 숟가락 하나 하나에 거의 모든 종류의 크림치즈를 얹어서 접시에 올려 내게 내밀었다. 어떤 맛이 마음에 드는지 골라 봐. 상큼한 기분이 절실했던 나는 천천히 음미하다 베리베리와 블루베리를 반반 바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베이글을 들고 몸을 녹일 뜨끈한 아메리카노도 받아서 테이블에 앉았을 때, 마치 담요에 둘러싸인 듯한 평화가 찾아왔다. 옆에서 물을 뚝뚝 흘리는 우산도 비에 젖은 발도 더이상 거슬리지 않았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져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일이 잦아지고, 그렇게 열린 문 사이로 세찬 빗물 소리가 치고 들어왔는데 그마저 듣기 좋았다. 객관적으로 수치화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맞물려 마음을 녹이던 신기한 아침이었다. 베이글 한 입 커피 한 모금마다 행복을 느끼고 나올 줄이야.
 

모든 생활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everything bagle 파는 곳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연남동의 한 베이글가게에서 파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달려간 것이 바로 어제의 일.
샌프란시스코 스타일의 베이글이 그때의 맛과 같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하겠지만, 커피를 마시고 블루베리 크림치즈를 치덕치덕 바른 베이글을 물어 그와 같은 행복을 살리기에는 충분했다. 짭조름하고 고소하고 씁쓸하고 상큼한 맛의 덩어리에 흥겨웠던 아침 식사. 깔끔하게 완식하고 커피를 한 잔 더 따르다 같이 구입했던 스콘으로 디저트 타임인 양 바로 2차전을 치렀다. 딱딱한 스콘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부드러운 식감도 괜찮은 듯하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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